어릴 적 엄마는 늘 화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꼴을 못 보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삐쩍 말라서 밥 먹는 건 또 그게 뭐니!"
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도 사람들 앞에서
거리낌 없이 말하는 엄마가 너무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깐따삐야꼬쓰뿌라떼? 그게 뭐예요?"
"엄마, 메뉴판 보고 다시 주문해"
"이 아가씨가 내가 커피 달라는데 이상한 소리만 하잖니!"
"엄마 내가 집에 가서 타 줄게, 그냥 가자."
조금 더 커서는 진로와 결혼 문제까지..
엄마와는 하나도 맞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너 그래서, 뭐 먹고 살아갈 건데!!"
"엄마가 나한테 뭐 해준 게 있다고 내 삶에 간섭하는데."
"그만 말하고 여기 김치나 가져가!"
쾅!
나는 신발도 안 신고 김치통을 든 채로 골목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엄마를 보고 싶지 않아서
그 길로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든든한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눈앞에 엄마가 보여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가 언제 찾아왔지?'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려고 흐트러진 머리에
다크 서클 가득한 퀭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옷에는 아이가 아침에 먹다 흘린 요구르트 자국,
그건 엄마가 아니라 바로 '저'였습니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십수 년을 징글맞게 싸웠으면서도
정작 아이를 키우며 이해하게 되는 건 바로 '엄마'
왜 그때는 몰랐을까요?
엄마만의 사랑 방식이 있었다는 것을...
–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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