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시절/고향생각

[스크랩] 다래에서 예안장터까지, 옛길을 다시 가다(6)

금강석1 2009. 3. 20. 09:41

버스가 시간 맞춰 다니지 않았던 그 시절, 다래 나루 건너에 사는 이들의  장보기 행차나 통학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남자들에 비해 오직 걸어야 하는 여자들의 행로는 어쩌면 고행

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름 장場에서 상인들이 주는 (요즘 식으로 말하면)판촉물은 수박이나 바닷가가 그려

진 부채가 많았고, 양력 12월이면  달력을 주로 줬었지요. 한 장에 두 달씩 들어 있는 새 달력 속의 한복 입은

여배우(홍세미, 엄유신, 남정임, 문희 등)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때론, 일 년이 다 들어 있는 한 장짜리 달력도 나왔었지요. 중앙에 김대진(또는 박해충, 권오훈) 국회의원의 양복

입은 사진 양쪽으로 여섯 달씩 배치한 그 달력은, '싸르륵' 벽에서 마른 흙 소리가 떨어지는 허술한 벽지에

일 년 내내 붙어 있었지요.

이제 석빙고를 지나 동부동 새촌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잇습니다. 

 

▼아주 가파르고 높은 이 바위에서 아이들은 강으로 다이빙을 했었습니다.

 

▼이 모퉁이를 돌아서면 앞에 예안장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다래 쪽으로 걸어 온 길을 돌아 봅니다.

    강과 산이 조화롭게 어우러 진 사이로 난, 박목월 '나그네' 시詩 속의 강나루 같은 명품 길을 흰 옷깃(칼라)이

    돋보이는 까만 교복을 정갈하게 입은 여학생들이 학처럼 또는 선녀 같은 자태로 구름에 달가듯이 지나다녔었지요. 

 ▼새촌마을 머리에서 바라 본 영낙정, 지삼리 쪽

 

▼새촌마을로 접어 들면 부모님이 새우젓 장사를 하셨던 저의 동창 구인섭이네 집이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갈 때는 계속 찻길을 따라 만촌 입구와 동부다리 쪽으로 돌아서 가야하지만, 걸어서 갈 경우

  에는 새촌마을 입새에서 왼쪽 도랑을 건너 바로 장터로 드는 길로 질러 갔었습니다. 

  (사진: 새촌마을 지나 왼쪽으로 굽은 길. 오른쪽으로 만촌, 도산 가는 길이고 정면은 동부다리)

 

  

출처 : 동계수 흘러흘러
글쓴이 : 宥泉(이원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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