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쏟아진 소나기가
사람들의 몸을 흥건하게 적셨습니다.
어디 경조사라도 찾아가는 듯 잘 차려입은
젊은이가 당황하며 비를 피할 자리를 찾아
한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급하게 뛰어들었습니다.
비를 피하는 사람은 청년만이 아니었습니다.
청년만큼 당황한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청년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사람들로 인해서
청년은 처마 밖으로 밀려나 버렸습니다.
엉겁결에 빗속으로 쫓겨난 청년은
망연자실하며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청년의 고급 양복이 젖어버리는 것을 본
사람들 중에서 노인 한 명이 겸연쩍어하며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미안하네. 젊은이.
그런데 세상이란 게 다 그런 거라네."
무언가 생각에 잠기던 청년은
다른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우산 여러 개를 든
청년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청년은 우산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고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어르신.
세상이 절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우산을 나눠준 청년은
다시 빗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세상 작은 곳에 슬픔이 있다고 해서
이 세상 전부가 슬픔으로 물든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 분노가 있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도
분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 어디라도 반드시 크고 작은
분노와 아픔과 슬픔이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따듯한 하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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