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대에 러시아 항구에서 선원이 되어
세계를 떠도는 항해를 시작한 소년의
이름은 '포트르 세묘노비치'였습니다.
그는 6년간의 항해를 마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정착하여 장사를 시작했고
4년 뒤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국경지대인
연추마을에서 한인들을 도우며 살았습니다.
러시아 당국 사이와 통역이 필요한 한인들을 돕고,
마을의 물자를 수송할 도로를 건설하고,
한인들을 위한 학교도 설립합니다.
이런 포트르를 한인들은 따뜻한 난로를 뜻하는
'페치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인 '포트르 세묘노비치'
한인 지도자 '페치카'
그리고 그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독립운동가 '최재형'이었습니다.
이후 1905년 일제에 의해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그간 모은 재산을 독립자금으로 아낌없이 쓰고
안중근 의사와 함께 활동하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무기를 준비했습니다.
체포된 안중근 의사의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남은 유가족을 돌보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재무부 장관을
역임하신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20년 4월,
러시아의 한인들이 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일제가 시베리아 지역으로 군대를 파견해
한인 마을을 습격하고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4월 참변'에 휘말린 이후 그분의 생사조차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동포를 위해 따스한 이름을 남기고
조국을 위해 불꽃같은 이름을 남긴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님.
그분이 남긴 여러 가지 이름에 담긴
뜻깊은 의미가 잊히지 않고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하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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